'인사는 만사(人事萬事)'라는 말처럼 기업의 성패는 사람에게 달려있다는 명제에 이견을 다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중요한 '인사'를 담당하는 인사팀이 과연 조직의 '만사'를 주도하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인사는 만사' 구호에 가려진 인사팀의 현실을 조명하고, 인사팀 역할,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분석하며, 인사팀의 실질적 권한과 그 명확한 한계를 통해 조직 내 인사팀의 진짜 역할과 실질적인 영향력은 무엇인지 심도 있게 탐구하고자 합니다.
'인사는 만사' 구호 뒤에 가려진 인사팀의 현실적 한계
기업 경영의 핵심은 '사람'이며, 모든 일은 사람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의미의 '인사는 만사'는 조직 운영의 근본 원칙처럼 여겨집니다. 이 구호가 갖는 무게감 때문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인사팀이 조직 내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며 모든 인적 자원 관련 의사결정을 주도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채용부터 평가, 보상, 승진, 퇴직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인사팀의 손을 거치지 않는 것이 없기에 이러한 인식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인사팀의 역할은 최종 결정권자라기보다는 정교하게 설계된 시스템을 운영하고, 현업 부서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조력자에 가깝습니다. 즉, 구호가 주는 이상과 실제 업무 현장에서의 현실 사이에는 분명한 괴리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신규 인력 채용 과정에서 인사팀은 채용 공고 게시, 서류 검토, 1차 면접 등을 통해 후보자 풀을 만들고 추천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최종 합격자를 결정하는 권한은 대부분 해당 인력이 소속될 현업 부서의 장에게 있습니다. 성과 평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인사팀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하며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지만, 구성원의 성과를 직접 평가하고 등급을 부여하는 주체는 직속 상사와 해당 본부의 리더입니다. 인사팀은 평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최소화하고 부서 간 형평성을 맞추는 조정자 역할을 할 뿐, 특정 개인의 평가 등급을 임의로 바꾸거나 결정할 권한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이처럼 인사팀은 조직의 인적 자원 관리라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지만, 그 권한의 실체는 조직의 만사를 좌우하는 절대적인 힘이 아닌, 정해진 규칙과 절차 안에서 안정적인 운영을 책임지는 관리자이자 촉진자로서의 한계를 명확히 가집니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 인사팀의 제한된 권한과 역할
인사팀이 '전략적 비즈니스 파트너(Strategic Business Partner)'가 되어야 한다는 담론은 이미 오래전부터 강조되어 왔습니다. 이는 인사팀이 단순한 행정 처리 및 관리 업무에서 벗어나, 기업의 경영 목표 달성을 위해 인적 자원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주체가 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상적인 역할 모델과 현실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큽니다. 많은 기업에서 인사팀의 실질적인 권한은 생각보다 넓지 않으며, 그들의 역할은 전략적 파트너보다는 운영 전문가(Operational Expert)나 직원 옹호자(Employee Champion)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간극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의사결정 구조와 책임 소재에 있습니다.
기업의 핵심적인 의사결정, 특히 인력 운영과 관련된 최종 판단은 결국 예산과 성과에 직접적인 책임을 지는 현업 리더와 최고 경영진의 몫입니다. 현업 부서장은 자신의 팀 성과를 책임져야 하므로, 팀 구성원의 선발과 평가, 배치에 대한 강력한 결정권을 원합니다. 인사팀이 제시하는 데이터와 원칙, 시스템은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지만, 현업의 특수한 상황이나 리더의 판단을 넘어서기는 어렵습니다. 가령, 인사팀이 역량 모델에 근거하여 A 후보자를 추천하더라도, 현업 리더가 당장의 실무 적합성을 이유로 B 후보자를 강력히 원한다면 대부분 후자의 의견이 반영됩니다. 이는 인사팀의 전문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조직의 운영 원리가 성과 책임의 원칙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사팀의 역할은 현업 리더들이 더 나은 인적 자원 관련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전문적인 도구와 데이터, 공정한 절차를 제공하고 자문하는 것에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사팀이 가진 권한의 본질이자,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만들어내는 구조적 요인입니다.
조력자로서의 재정의: 인사팀의 진정한 영향력
인사팀이 조직의 모든 사안에 대해 직접적인 결정 권한을 갖지 못한다는 사실이 그들의 가치나 중요성을 폄하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인사팀의 진정한 영향력은 직접적인 통제나 지시가 아닌, 조직 문화와 시스템을 설계하고 구성원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조력자(Enabler)'이자 '설계자(Architect)'로서의 역할에서 발휘됩니다. 인사팀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조직 전체에 스며드는 공기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며, 그들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과 문화라는 인프라 위에서 리더와 구성원들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습니다. 즉, 인사팀의 영향력은 특정 개인이나 부서에 대한 직접적인 지배력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역량을 상향 평준화시키는 간접적이고 구조적인 힘에서 나옵니다.
구체적으로 인사팀은 다음과 같은 활동을 통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 공정한 시스템 설계: 객관적이고 투명한 채용, 평가, 보상 시스템을 구축하여 구성원들이 결과에 수긍하고 동기 부여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이는 조직 내 신뢰의 기반이 되며, 장기적인 성과 창출의 핵심 동력이 됩니다.
- 조직 문화 구축: 기업의 핵심 가치를 내재화하고 건강한 소통과 협업을 촉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합니다. 훌륭한 조직 문화는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지원: 인력 구성, 이직률, 성과 데이터 등을 분석하여 경영진과 현업 리더에게 통찰력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감'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합리적인 인적 자원 관련 의사결정이 가능해집니다.
- 구성원 성장 지원: 체계적인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경력 개발 경로를 제시하며, 코칭과 멘토링 제도를 활성화하여 구성원 개개인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습니다.
결론: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재도약을 위하여
'인사는 만사'라는 구호는 인사팀의 절대 권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다루는 모든 의사결정이 조직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는 원칙을 강조합니다. 이 과정에서 인사팀의 역할은 최종 결정권자가 아닌, 합리적이고 공정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도록 시스템을 설계하고 지원하는 핵심 조력자입니다. 우리는 인사팀의 현실적 한계와 제한된 권한을 명확히 인식하는 동시에, 그들이 조직 문화와 제도를 통해 발휘하는 간접적이지만 막대한 영향력에 주목해야 합니다.
따라서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경영진과 현업 리더가 인사팀을 단순 행정 지원 부서로 취급하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들을 조직의 성공을 함께 만들어가는 핵심 전략 파트너로 인정하고, 그들의 전문적인 제언과 데이터에 귀 기울이며 긴밀히 협력하는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때 비로소 인사팀은 진정한 의미의 '만사'를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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